2013. 6. 24. 15:57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무덤의 서쪽에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조석으로 예를 올리는 것을 시묘(侍墓)살이라 한다. 시묘살이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묘를 짐승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다. 시신의 살이 완전히 흙으로 돌아가려면 3년의 기간이 필요하고,살이 없어지면 짐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생후 3년간의 보살핌에 대해 보답을 하기 위해서다. 아이가 태어나서 밥을 먹을 때까지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요즘 시묘살이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대에는 명절에 성묘를 통해 후손의 도리를 다한다. 조상의 유택(幽宅)이 온전하며 잔디가 곱게 자라 있으면 후손의 마음이 그렇게 기쁘고 편안할 수가 없다. 마치 생전에 못다한 효도를 이제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어 흐뭇하다. 그렇지만 잔디가 헐었거나,잡초가 무성하거나,묘에 구멍이 뚫려 있으면 왠지 불안하고 죄송하다.

봉분에 금이 가고 갈라지거나 가라앉는 경우가 있다. 이는 묘 아래쪽으로 수맥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수맥은 외부의 물을 끊임없이 끌어들이려는 성질이 있어 그 위의 봉분이 가라앉는다. 묘의 좌향을 고쳐 잡아 수맥을 비껴 나는 것이 최선이다. 봉분을 물풀(이끼)이나 쑥대 같은 식물이 덮는 경우도 있다. 묘 속에 물이 차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 서릿발이 돋으면서 흙과 함께 잔디 뿌리도 함께 들어 올려지는데,차가운 바람이 때리면 뿌리는 얼어죽는다. 봄만 되면 말라 죽은 잔디 사이로 이끼나 쑥대가 빼곡히 들어찬다.

봉분의 둘레석이 벌어지거나 갈라지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묘 속에 물이 차 있기 때문이다. 물은 겨울이 되면 얼어 부피가 9%나 커지는데,이 때문에 둘레석의 짜 맞춘 부분이 갈라진다. 그 사이로 흙이나 이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묘에 구멍이 뚫렸거나 개미집 · 벌집이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는 묘 속이 습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구멍은 보통 뱀 두더지 쥐 등이 들어간 흔적이다.

주변의 나무가 묘쪽 혹은 바깥으로 기운 경우도 있다. 지층이 심하게 움직이는 곳으로 풍수는 도시혈(盜屍穴)이라 부른다. 시신이 뒤집히거나 도망을 가 이장시 시신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봉분 한쪽 면에 잔디가 벗겨진 경우가 있다. 그 방향으로 계속해서 바람이 불어닥친 결과다. 이런 경우는 나무를 심거나 담을 둘러 바람을 막는 비보(裨補)가 필요하다.


최근 매장보다 화장이 증가하는 추세다. 풍수적 관점에서 화장은 무해무득(無害無得)하다고 본다. 화장이 후손에게 좋을 수도 있고,나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좋은 경우는 묘지가 흉지라면 후손들에게 미칠 안 좋은 영향의 근원을 없앤 점이고,길지였다면 부모를 모심으로 인해 후손이 발복할 기회가 상실된 것이다. 화장을 하면 뼈가 고온을 거쳐 가루가 되는 과정에서 인체의 모든 조직 원소가 새로운 원소로 변한다. 그러면 부모와 자식 간에 감응을 일으킬 동일한 유전인자의 파장까지 바뀌어 서로 감응하지 못한다고 본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

Posted by moshima